피에타, 인간
<미켈란젤로. 피에타. 1498~1500. 성 베드로 성당. 사진 출처-위키백과>
위 작품을 사진으로나마 처음 접했을 때 받은 인상은 성모 마리아가 예쁘다는 것이었다. 특히 봉긋이 솟은 유방에 눈길이 갔다. 성스러운 마리아 상을 보고 이런 생각을 했다는 것이 부끄럽지만 사실이다. 그러나 이것은 아예 틀린 시선은 아니다. 일단 성모 마리아는 자신의 아들보다도 젊어 보인다. 미켈란젤로는 이에 대해 성모 마리아는 티끌만큼도 추잡한 욕망의 때가 묻지 않은 육체를 가진 동정녀이기 때문에 이렇게 표현했다고 한다. 반면 아들인 그리스도는 인간의 몸을 가졌기에 늙은 것이라고 설명했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이 작품에는 ‘영광, 존귀, 기적’이라는 단어보다 ‘애정, 자애, 동정’이라는 인간적인 단어가 더 어울려 보인다.
<김기덕. 피에타. 2012. 사진출처-segye.com>
김기덕의 영화 ‘피에타’는 성스럽지 않다. 오히려 상스럽다고 이야기할 수 있을 정도로 더럽고 잔인한 내용이다. 그러나 영화를 다 본 후 생각해보면 머릿속으로 피에타라는 단어가 분명하게 떠오른다. 이것은 지극히 인간적인 이야기로써 원래 의미인 예수와 성모 마리아의 모습은 찾을 수 없다. 김기덕은 피에타라는 단어를 빌려왔을 뿐 인간에게 보이기 위한, 인간의 이야기를 인간으로서 이야기한 것이다.
어쩌면 신보다 더 고귀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는 신을 잉태한 어머니를 가장 인간의 모습으로 표현한 미켈란젤로. 피에타라는 단어에서 지극히 인간적인 모습을 발견한 김기덕. 이 두 피에타를 만나면서 인간이 향하는 곳은 신이 아닌 인간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