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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석용] 라울 펙 감독의 ‘청년 마르크스’ - 지성과 열정을 일깨우는 선지식의 부활

 
청년 마르크스, LE JEUNE KARL MARX, 118 min, 2017

 

2018년 5월 17일 개봉 예정

가슴이 뜨거워지는 영화 한 편이 개봉된다. 영화평론의 마지막 단계에서 마주하게 되는 마르크시즘 비평의 대상자, 그의 젊은 날을 탐사한 <청년 마르크스>는 평생 글쓰기로 가족을 부양하고, 엥겔스와 동지애를 발휘한 ‘공산주의의 아버지’ 마르크스의 신념과 행동을 통해 이 시대를 살아가는 행동 없는 기회주의적 속성의 지식 상인들, 논리 빈약의 선동가, 근거 없이 움직이는 패거리들과 대비된다. ‘천재성에서 오는 오만, 자기중심적 열정, 뛰어난 통찰력을 지닌 인물’로 평가되는 그를 영화로 읽는 다는 것은 무척 흥미로운 일이다.
 

  
 
  
 
  
 

2018년 5월 5일은 카를 마르크스(1818~1883) 탄생 200주년이었다. 맑은 하늘에 스모그가 끼듯 그의 이론에서 기름기를 뺀 프랑스・벨기에・독일 합작영화는 ‘누구나 아는 이름, 그러나… 아무도 모르는 그의 젊은 날’ 속의 광기로 빠져들게 한다. “불평등이 존재하는 한 마르크스주의는 영원한” 법이다. 모두의 젊은 날의 초상은 자신을 비추는 거울이며, 타인의 호기심의 대상이다. 금기와 기피의 대상 마르크스가 이 땅에 재현한 것은 자연스런 현상이다.

아이티 태생의 흑인 감독 라울 펙 (Raoul Peck)은 아이티 문화부 장관, 제52회 베를린국제영화제 심사위원, 제65회 칸영화제 경쟁부문 심사위원을 맡았던 장본인이다. 그의 수년간의 연구 결과로 빚은 영화는 마르크스와 엥겔스의 방대한 주변인물, 당시의 복잡한 정치・사회적 현실, ‘공산당 선언’, ‘자본론’ 등의 탄생과 이론 형성 과정을 축약하여 균형감을 보여주었다. 감독은 마르크스에게 우호적이며 가정 궁핍의 원인, 윤리적 문제 등을 제기하지 않는다.
 

  
 
  
 
  
 

<청년 마르크스>에서 감독은 카를 마르크스(Karl Heinrich Marx, 오거스트 디엘), 프리드리히 엥겔스(Friedrich Engels, 스테판 코나스케)를 중앙공격수로 쓰고, 마르크스의 아내 예니(Jenny Westfalen, 빅키 크리엡스)를 왼쪽 날개로 삼는다. 바른 날개로는 이론가 푸르동(Pierre-Joseph Proudhon, 올리비에 구르메)과 방직공장 노동자 출신 메리 번스(Mary Burns, 한나 스틸)를 기용한다. 중심축 삼인의 연기는 자연스러워 기록영화를 닮아 있다.

제67회 베를린영화제 스페셜 갈라에 출품된 <청년 마르크스>는 ‘1843년 초, 전제군주들이 지배하던 유럽은 제도적 위기, 기근과 불황속에 거대한 변화의 여명을 맞이한다. 영국에서 산업혁명은 세계의 질서를 급격히 뒤엎으며 새로운 프롤레타리아가 계급을 창조한다. 전 인류가 형제라는 공산주의 이념에 기초한 노동자 조직이 창설된다. 독일 청년 두 명이 이 유토피아적 관념을 뒤흔들고 나아가 노동자 투쟁과 세계의 미래까지 바꿔버린다.’는 배경에서 시작된다.
 

  
 
  
 

다양한 앵글로 잡힌 평화로운 숲속에서 땔감을 줍던 가난한 마을 사람들이 지주의 지시로 무참히 도륙 당한다. 나무를 얻으려면 살아있는 나무를 폭력적으로 잘라 내거나 주우면 된다. 죽은 나무를 줍는 것은 아무 재산도 침해하지 않는다. 이 본질적인 차이에도 불구하고 두 행위를 모두 절도로 간주하여 나무 줍는 사람들을 모두 절도죄로 처벌하는 모순을 마르크스는 접하게 된다. 사람들은 처벌을 체감할 뿐 범죄로 생각하지 않는다.

영화는 1843년 4월 쾰른의 ‘라인 신문’(Rheinische Zeitung)의 주필인 카를 마르크스가 자유분방한 논조를 문제 삼은 당국에 체포되면서 마르크스의 역사가 시작된다. 자칭 자유사상가나 모호한 입장을 취하는 비평가들에 대한 위선과 어리석음을 꼬집는 연설 같은 논쟁이 있었다. 신비와 의문을 간직한 오거스트 디엘의 연기는 호기심을 더해간다. 호송차 안에서 ‘독일-프랑스 연보’를 발간하자는 자유 헤겔파 아르놀트 루게의 제의를 받는다.

영화에서 밝히지 않았으나 마르크스는 약혼 7년만인 1843년 6월 네 살 연상인 예니 폰 베스트팔렌과 결혼한다. 젊은 마르크스의 성격, 사교, 연구 분위기, 학문에 대한 헌신, 다양한 저술 작업은 영화가 전개되면서 차례로 소개된다. 엥겔스에 대한 성격과 사회주의에 대한 관심의 출발은 맨체스터에 있는 에르멘 엥겔스 방적공장에서의 아버지의 노동자에 대한 부당한 처우와 비인간적 경영에서 부터이다. 매리 번스의 항변과 용퇴에 엥겔스는 연민을 느낀다.

결국 그녀를 따라 들어간 곳에서 현장 증언을 통해 ‘맨체스터와 리즈의 노동계급 실태’라는 책을 쓰게 된다. 영화는 1843년부터 공산당 선언이 발표되기 이전까지의 과정을 담고 있다. 독일 트리어 출신의 무신론자, 유대인 사회주의자 카를 마르크스는 원고료를 받으러간 루게의 집에서 엥겔스를 만나게 되고, 두 사람은 서로 내공의 고수임을 알아보고, 급속도로 친하게 된다. 사실 영화의 세 축인 마르크스, 엥겔스, 예니는 노동경험이 없는 금수저 출신이다.

영화는 마르크스의 청년시절이라는 장편적 삶의 축소와 각색, 구성의 묘, 적절한 배역 설정으로 사실감을 살리고 있으며, 카메라는 약속된 구도로 잡힌 학자들과 이론가 등 난립인물들의 심리 묘사에 집중력을 발휘한다. 전기가 일상화되지 않은 시절의 질감을 고려한 세트, 다양한 사무실과 집필실, 19세기 의상, 골동품이 된 소도구 등도 시대성 가미에 일조한다. 자연스런 상대 배우와의 대사는 인정과 반박의 수용, 동지애, 갈등의 유연성을 보인다.

카를 마르크스와 프리드리히 엥겔스가 쓴 <공산당 선언>(Manifest der Kommunistischen Partei)은 공산주의자들의 최초의 강령적 문헌을 배경으로 깐다. 이 책은 1848년 2월 21일 첫 출판되었다. 영화에서 마르크스와 엥겔스의 목소리가 교차된다. “하나의 유령, 즉 공산주의라는 유령이 전 유럽을 배회하고 있다”로 시작되는 공산당 선언은 네 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제1장의 첫 문장에는 “지금까지의 모든 사회의 역사는 계급투쟁의 역사이다.”로 시작하여, “지배계급으로 하여금 공산주의 혁명 앞에서 전율케 하라! 프롤레타리아트는 이 혁명을 통해 잃을 것이라고는 쇠사슬밖에 없다. 그리고 그들이 손에 쥐게 될 것은 전 세계이다. 만국의 프롤레타리아트여, 단결하라!”로 끝맺고 있다.

공산당 선언 한 달 후 혁명이 일어났다. 인쇄기의 클로즈 업, 공산당 선언의 표지가 인쇄된다. 청백적의 프랑스 국기 속에 여자 어린이의 모습을 담으면서 영화는 끝난다. 엔딩 크레디트의 화면 자체도 현대사의 모순을 보여준다. “자본이 영구 운동 중 이므로 ‘자본론’은 아직 미완이며 열려있다.” ‘비판적 비판에 대한 비판’에 대해 관심을 갖는 천재들은 체스를 두면서도 연구에 몰두하고, 새로운 서책에 관심을 두었다. 자유분방한 사고는 늘 따라붙는 감시를 놀이라고 생각한다. 그들의 삶에 먹구름이 끼어도 대회와 운동에 관심을 두었고, 노동이 최초의 가격임을 밝혔다. 예니 역시 권태에서 도망쳤으며, 행복의 쟁취는 저항이 필요함을 입증했다. 경제가 요동치면 마르크스와 ‘자본론’이 대두된다. <청년 마르크스>는 동시대를 읽는 교과서로써 의미 있는 작품이었다.

  
 

글: 장석용

영화평론가. 무용평론가. 시인. 유현목, 김호선 감독의 연출부를 거쳐 한국영화평론가협회 회장, 국제영화비평가연맹한국회장, 한국영화학회총무이사, 대종상/부산국제영화제/예술실험영화/다양성영화/청소년영화제/이태리 황금금배상/다카국제영화제 심사위원, 제1회 아시아영화평론가협회 정기총회 한국 대표, 네팔 인권영화제 마스터클래스 초빙강사, ‘문화저널 21’ 문예비평주간 등을 역임했으며, 현재 한국예술평론가협의회 회장, 글로벌이코노믹 문화전문위원으로 동국대 문화예술대학원을 거쳐 서경대 대학원에서 문예비평론을 강의하고 있다.

 

* 글 출처: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 르몽드 시네마 크리티크

http://www.ilemonde.com/news/articleList.html?sc_sub_section_code=S2N40&view_type=s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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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자서성희

등록일2018-05-08

조회수6,4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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