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빗 핀처의 대표작을 하나만 뽑아라?
<파이트클럽>, <에어리언3>, <벤자민 버튼읜 시간은 거꾸로 간다> 최근 <나를 찾아줘>?
필자는 이 영화를 떠올린다.
'세븐(Seven, 1995년 作)
IMDB 22위에 올라가 있는 이 영화의 꼬리표 처럼 달린 수식어는 '스릴러의 아버지'
핀처가 세븐 이후 연출한 파이트클럽이 현대사회의 폐해에 대한 그의 염세적인 시각을 블랙코미적으로 풀었다면, 이 영화는 스릴러적으로 풀었다고 생각하면 되겠다.
영화는 세븐 팬이라면 당연히 알겠지만, 한 도시에서 성서에 등장하는 7가지 죄악을 모티브로 연쇄사건이 일어나고, 그것을 해결해나가는 두 형사(모건프리먼, 브래드피트)가 등장한다.
모건프리먼(윌리엄 소머셋 역)는 굉장히 이성적이고, 냉철하다면
브래드피트(데이빗 밀스 역)는 굉장히 본능적이고, 열정적이다.
서로 전혀다른 성향의 두명이 콤비를 이루어 사건을 해결해나간다는 점에서, 이 영화를 헐리웃 레전드와 최고스타라는 어마어마한 듀오의 브로맨스를 겸비한 수사물이라고 볼 수도 있겠다.
즉, 그 둘이 한 프레임에 걸리는 것 만으로도 영화는 볼 가치가 있다 사려된다.
Anyway
언급했든 성서에 등장하는 7가지 죄악(탐식, 탐욕, 태만, 욕정, 교만, 시기, 분노)에 연관된 인물들이 살해당하는 것이, 영화의 핵심 이야기인데 이건은 성서에서 모티브라고 봐도 되지만, 사실 영화 속에 등장하듯 단테의 신곡 '지옥편'에 묘사되는 7가지 죄악이라고도 볼 수도 있겠다.
(물론 단테의 신곡도 성서를 모티브로 해서 작고한 것임으로 굳이 따지고 들진 않겠다.)
이러한 살인사건이 주는 '기시감'에서부터 핀처가 세상에 얼마나 환멸을 느끼고 있는지 보여지지만, 필자의 생각엔 그것은 작가주의적인 의식을 위해 사용됬다기 보다는 잘 짜여진 스릴러판을 꾸미고 장르적 재미를 상승시키는 효과로 쓰였다고 보는게 맞을 것이다.
오히려 그의 의식은 중요해 보이지 않는(지나가는 듯한) 장면들에서 더 많이 등장한다.
모건프리먼이 타고가는 택시 바깥의 풍경으로 비춰지는 너무나도 당연하게 등장하는 범죄현장이라든지, 모건프리먼이 가십거리 이야기하듯이 말하는 어린강도에게 눈에 칼이 찔린 남자의 이야기라든지, 초만부 탐식의 피해자가 등장할 때 나오는 경찰은 너무도 어이없게 자살이라는 결론을 내버리는 무지를 보여준다든지.
훌륭한 소설은 이게 주제야! 라고 외치지 않는다.
스쳐가는 멘트가 사실상의 핵심일때가 훨씬 세련되고 멋지다.
예를들어 셀린저의 명작 호밀밭의 파수꾼에서 실질적으로 호밀밭, 파수꾼이라는 키워드는 두번 남짓 등장하는 것처럼..
좀더 구체저으로 파버리면, 지속적으로 비가 내리는 도시의 모습에서도 그의 음울함을 엿볼수가 있고, 이 도시의 이름이 등장하지 않는 것도 세상 곳곳이 지옥도로 변해가고 있다는 그의 의식을 엿볼수가 있다.
너무나도 많은 장치들이 즐비하기에 핀처의 의식이 어떻게 녹아있는지 찾는 것은 이만 각설하겠다.
핀처는 가만히보면 예술적인 감각은 약하지만, 기술적인 감각은 확실히 뛰어난 감독으로 느껴진다. 마치 가수 김연우처럼 임재범같은 삑사리마져 음악이되는 소울은 없지만, 음정/박자 절대 안틀려버리는 진검 승부사의 기질이 보인다.
필자가 이 영화를 처음 봤을때, '2%부족하지만 스릴러의 아버지라는 미사여구가 잘 어룰리는 영화' 라 평하며 별 4개 반을 주었는데,
다시 BORN 세븐은 별점 반개 낮춘 4개를 선사한다.
그 이유는 당시도 언급한 기네스 펠트로(트레이시 밀스 역) 캐릭터의 지나친 의도적 사용때문이다. 사실상 그녀의 역할은 브래드피트의 마지막 죄를 짓는 도구로만 필요할 뿐 영화의 흐름에는 무관한다. 그럼에도 지속적으로 그녀를 굳이 등장시킴으로써 관객에게 그녀의 존재를 각인시키는 감독의 편집은 필자 같은 의심병 환자들에게는 그녀에게 무슨 일이 생기겠구나를 중간부터 눈치 챌 수 밖에 없게 만든다.
다시 봤을땐, 그러한 옥의티가 더욱더 거슬리게 느껴져 별점을 반개 낮춘다.
하지만 그녀의 연기력이 불편한 것은 절대 아니고,
오히려 고급스러운 아름다움이 느껴지는 그녀의 모습을 재발견하게 되었다.
(이 영화 이후 브래드 피트와 기네스펠트로는 연인으로 발전, 누드사진 파파라치 도촬당한 이력은 참고)
영화에서 필자는 뚜렷하게 기억되는 두 장면이 있는데, 하나는 모건프리먼, 브레드피트/기네스 펠트로 부부가 친해지는 계기가 되는 저녁식사초대 시퀀스.
집의 비밀을 알고 씨익 웃으며 흰니를 드러내며 빵터지는 모건프리먼의 연기는 검은 얼굴과 극명히 대비되는 이의 색깔때문에, 너무 이질적이면서도 호감인 장면이 되어버렸다.
다른 한장면은 영화에서 절대로 언급하지 않으면 안될 케빈 스페이시(존 도역)의 자수 연기,
'DETECTIVE!' 라는 단 하나의 단어로 그는 사실상 영화를 장악하고 있었다는 것을 증명한다.
크레딧이 등장할때 그의 이름이 제일 먼저 등장하는 것도 그만큼 감독이 그를 중요시 생각했기 때문이리라..
Anyway
영화의 마지막 모건프리먼은 수사관을 관두지 않겠다고 말하고 나레이션을 한다.
'헤밍웨이 왈, 세상은 아름다고 싸워볼 가치가 있다. 나는 후자에 동의한다'
아직 낭만 그리고 희망의 끈을 놓지않는 핀처의 결론에 응원을 보낸다.
어쩌면 메트로놈소리가 아니면 잠을 이루지 못하는 현대병 환자인 모건프리먼의 모습은 이미 '파이트클럽' 등장의 예견일지도 모르겠다.
★★★★ (별 4개)
2%부족하지만 스릴러의 아버지라는 미사여구가 잘 어울리는 영화
사진 출처 - NAVER
zzyoun(영화평론가 지망생, http://blog.naver.com/zzyou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