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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크 오디아르 감독의 『디판』

자크 오디아르 감독의 디판

스리랑카 타밀 반군 출신의 난민가족 유렵정착기

 

디판, Dheepan 은 주인공인 스리랑카 난민 디판(제수타산 안토니타산)의 이름을 영화 제목으로 붙인 영화이다. 유럽 난민 문제를 다룬 이 영화는 2015'68회 칸영화제' 황금종려상을 수상했다. 주역을 맡은 제수타산 안토니타산은 스리랑카 반군으로 활동한 난민 출신으로 프랑스에 망명하여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한 저술 및 다양한 문화 활동을 하고 있다.

 

밀림 속, 내전으로 숨진 사람들의 장례식이 치러지고 있는 프롤로그, 영화 속에 묘사되는 스리랑카의 풍경은 더위와 전쟁에 찌든 사람들의 피곤한 모습들이다. 디판도 총을 들고 무리 속에 끼어있다. 전쟁의 피해, 블로커를 통해 망명을 시도하는 그가 구매할 수 있는 여권은 제한되어 있고, 세 사람이 위장 가족이 될 수 있는 여권을 사고 디판으로 살아간다.

 

디판은 여권 상의 아내 야리니(칼리스와리 스리니비산), 딸 일라얄(클로단 비니시탐비)과 시민권을 얻을 때까지 가족 행세를 하기로 한다. 인조가족은 일자리를 찾아 파리 외곽 르 프레‘(작은 초원)에 정착하고, 난민으로써 새로운 프랑스 문화를 접하게 된다. 감독은 사실성을 높이기 위해, 네오리얼리즘 감독들이 사용했던 방식으로 비전문 배우들을 영화에 출연시킨다.

 

난민 출신 배우들은 경험을 바탕으로 한 사실적 연기로써 주제에 밀착되는 기록영화적 분위기를 창출해낸다. 감독은 세계적 관심사가 된 난민문제를 자신의 독창적 시각으로 전개시키면서 치밀한 구성과 탄탄한 연기력으로 영화의 독창성을 확보한다. 디판은 과장된 장면 연출과 판타지를 배제하고, 절제와 소리없는 분노의 미학으로 난민 문제의 심각성을 알린다.

 

디판이 경찰의 단속을 피해 행상을 하는 고단한 하루하루를 보내면서도 난민 지위를 획득하기 위해 노력한다. 평화를 소망하던 그가 정착한 작은 초원이라는 마을, 그곳에는 또 다른 내전이 진행되고 있었다. 디판이 갈등과 고민이 쌓일 때면 인서트로 야자수 잎을 헤치는 코끼리의 얼굴이 나타난다. 디판이 고향을 생각하며, 자신의 정체성과 의지를 확인하는 상징이다.

 

서로의 위로와 의지의 대상인 가족, 디판 자신은 용접과 전등을 교체하면서 아파트 관리원으로써, 아내는 가정부로서 요리와 노인을 돌보는 직업을 갖게 되고, 딸은 학교의 특별반 학생으로 기초 불어를 공부하면서 평화로운 일상을 갖는다. 자신들 앞에 엄청난 위험이 깔려 있음을 인지하지 못한 채, 그들은 기도하면서 잠시나마 행복한 여느 가족의 모습을 보인다.

 

폭죽이 터지고 불안감이 엄습해오는 가운데, 식사를 하는 부부, 유머 감각 자체가 부족하다는 말을 듣는 디판, 그들은 서로의 마음을 조금씩 열어간다. 디판이 야리니의 목욕 장면을 훔쳐보면서 그녀에 대한 관심이 드러난다. 등장인물 각자의 일상에 대한 디테일이 부각된다. 사원에서 기도를 마치고 나온 세 가족은 침대위에 셋이 누울 정도로 행복과 평온함을 느낀다.

문화적 차이 말고도 딸에게는 자신의 얼굴을 빤히 쳐다보거나 같이 놀기를 거부하는 왕따라는 서러움이, 아내에게는 자신의 모습을 훔쳐보는 사람들과 함께 갱단의 잔혹성이 목격되고, 디판은 갱단들이 서로의 싸움을 멈추기를 원하면서 갱단의 전쟁에 휘말리게 된다. 설상가상으로 옛날 반군의 지휘관이 파리에 등장하여 돈을 요구하면서 상황은 최악으로 치닫는다.

매일, 창밖을 응시하는 디판은 갱들이 시도 때도 없이 마약 때문에 쳔을 나누어 총질을 하고 폭죽을 터트리는 장면을 목격한다. 세상의 모든 고민을 다 떠안고 있는 것처럼 디판의 표정에서 웃음을 거의 찾아볼 수 없다. 그 살벌한 격전지의 한 가운데에서 그는 스리랑카에서의 제1의 내전, 마을에서의 갱들의 제2의 내전, 가족 문제라는 제3의 내전을 겪고 있다.

 

갱단 두목의 불어와 야리니의 타밀어 대화에서 현재의 상황이 밝혀지지만 서로 내용은 이해되지 않는다. 디판은 사랑을 고백할 보석을 고르지만 야리니는 영국행을 결심한다. 갱들의 전쟁을 종식하고자하는 디판, 갱단 두목이 습격을 당하고 야리니가 위험에 빠지자, 디판은 노련한 전사답게 그녀를 구해내다. 그들은 정식부부가 되고, 아이를 낳고, 즐거운 파티 장면으로 디판에 걸린 삶의 여정은 해피엔딩으로 끝난다. 칸 영화제는 늘 이슈가 있는 영화를 선택한다.

 

장석용/영화평론가(한국예술평론가협의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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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자장석용

등록일2016-06-12

조회수6,0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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