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민아 (영화평론가) 폴란드 여성감독 도로타 케드지에르자브스카의 가슴 시리고 아름다운 영화.
세 명의 러시아 꼬마 노숙자들은 더 나은 삶을 찾아 폴란드 국경을 넘는다. 바샤와 페타 형제, 그리고 친구 라파로 구성된 이 아이들은 러시아가 아니라면 어디서건 좀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을 거라는 희망을 품고 있다. 영화의 내용은 암울하고 처절하고 비극적이다. 그러나 영화의 서사 진행과 표현 스타일은 완전히 달라서, 영화는 따뜻한 유머와 디테일한 표현, 미학적 감수성으로 가득 차 있다. 따라서 영화를 보는 내내 가슴은 따뜻해지고 얼굴에는 흐뭇한 미소가 떠나질 않는다.
귀엽고 천진한 노숙자 꼬마들은 얼굴에 잔뜩 얼룩을 묻힌 채 찢어진 옷을 걸치고 있지만, 이들의 탈주 여정은 재미 그 자체이다. 온 종일 까르륵대며 달리고 서로 몸을 부대끼며, 훔쳐 먹는 음식도 그들에겐 재미있는 일이다. 덤으로 인형도 훔쳐와 아기처럼 돌본다. 뚱뚱하고 못생긴 빵집 아줌마에게는 최고로 예쁘다는 찬사를 보내어 그녀로 하여금 즐겁게 빵을 주도록 만든다. 대선배인 노숙자 할아버지에게선 떠도는 삶의 가르침을 얻는다. 꼬마 페타는 잘 키워주겠다는 할아버지의 도움을 뿌리치고 형들과 위험한 모험 길을 택한다. 소년인 바샤와 라파는 빨리 남자가 되고 싶어 근육을 키우거나 담배를 피우고 한 낮의 숲 속 정사를 몰래 훔쳐보기도 한다. 이 모든 것이 즐거운 모험이지만, 이를 지켜보는 우리들은 애처로움에 가슴이 미어진다.
영화는 노숙자 아이들의 처지에 카메라를 가까이 댐으로써 현대 사회가 벼랑 끝에 가장 가까이 서 있는 이들, 즉 아동이자 고아이자 노숙자인 이들을 어떻게 방치하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이로써 어른들의 세상이 얼마나 잘못되어 가고 있는지를 고발한다. 영화는 늘 피곤하고 졸린 아이들의 시점을 형상화하기 위해 꿈꾸는 듯한 디졸브로 쇼트들을 연결하거나, 점프컷을 통해 논리적이지 않은 시공간의 이행을 자주 보여준다. 아이들의 눈높이에서 바라보는 세상과 하이앵글로 올려다봐야 하는 어른들, 아이들과 함께 달리는 빠른 트래킹 쇼트, 클로즈업으로 화면을 가득 메운 천진난만한 아이들의 표정과 웃음소리, 슬로모션으로 표현된 꿈 같이 아름다운 자연 속의 일상, 짧은 커트로 이어지는 어른들의 빨리 돌아가는 세상 등 영화는 지루할 틈이 없이 이들의 여정을 흥겹게 따라간다. 고생도 놀이도, 그리고 자연의 모든 하나하나가 꼬마 노숙자들에게 공부할 거리가 되어, 영화는 한편의 흥겨운 음악이고 재미있는 놀이가 되며, 동시에 가슴을 치는 현실이며 의미있는 운동이 된다. 재미와 감동과 의미와 철학이 살아 넘치는 아름다운 영화다.
다시 군인 차에 실려 이들이 국경을 넘어서야 할 때, 카메라는 안타까운 듯 롱테이크, 롱쇼트로 이들을 멀리서 길게 보여준다. 그러나 웃음소리와 흥겨운 음악은 꺼지지 않는다. 겪지 말아야 할 일을 재미처럼 경험한 아이들이 저 길 너머에서도 잘 살아주길 바라는, 감독에 육화된 카메라는 희망의 바램을 쉬이 놓을 수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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